[사설] 행정통합, 진작 특별지자체 설립 방식으로 접근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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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2   |  발행일 2021-05-12 제27면   |  수정 2021-05-12 07:12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모양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통합을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재추진하기로 하면서 추진 방식을 내년 7월을 목표로 한 완전 행정통합이 아닌, 사실상 부산·울산·경남의 광역연합 모델로 수정하기로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최근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이 같은 제안을 했고, 대구시는 이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도 이번 주 안에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방식으로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런 태도 변화는 행정통합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은 완전 행정통합으로 가기 이전의 징검다리 과정으로, 두 광역자치단체가 상호 의견 조율을 통해 교통·항만·관광·산업단지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협력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부산·울산·경남이 추진해온 광역연합과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관련 특별법 제정이나 주민투표 실시, 국회동의, 선거구 조정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 없다. 지난해 12월 통과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과 이미 설치되어 있는 메가시티지원 범정부 TF 등을 통해 각종 법적·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단계적 과정을 밟으면서 지역의 백년대계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완전한 행정통합으로 나아가는 것이 순리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시와 경북도가 사전에 철저한 준비도 없이 시점을 정해두고 성급하게 완전 행정통합을 밀어붙인 것은 큰 실책이다. 철저한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 그동안 행정력을 낭비한 나머지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소홀히 하고, 지역민들을 분열시킨 점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중차대한 사안을 갑자기 제기했다가 지역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슬그머니 중장기 과제 운운하면서 물러서는 모습 또한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내년 지방선거 재출마 때 반대표를 우려해서 시기를 연장하고 궤도를 수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궤도 수정 발표에 앞서 지역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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