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행정통합과 지방농정
입력 : 2021-05-12 00:00
수정 : 2021-05-11 15:45

20210511151132357.jpg

도농 결합 땐 다양한 효과 기대

지방정책도 규모에 맞게 재편을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의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문재인정부의 강력한 지방분권 추진과 맞물려 광역지자체를 통합해 보다 강력한 권한과 역량을 가진 지방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2018년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 논의를 시작으로 광주광역시·전남, 부산·울산·경남, 대전·세종 등으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2020년 12월 ‘3+2+3 메가시티 전략’을 발표해 논의에 힘을 보탰다. ▲수도권-동남권-충청권의 그랜드 메가시티 ▲대구·경북-광주·전남의 행정경제 통합형 메가시티 ▲전북-강원-제주의 강소권 메가시티를 육성해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행정통합에 나선 곳은 대구시와 경북도다. 대구시 8개 구·군과 경북 23개 시·군을 합쳐 인구 510만명이 넘는 슈퍼 지자체를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2020년 9월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했다. 시·도민 의견 수렴과 논의의 장 마련을 위해 세차례 시·도민 열린 토론회와 권역별 대토론회를 개최하는 한편 시·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특징 중 하나는 ‘도시와 농촌의 결합’이다. 대구라는 도시지역과 경북이라는 농촌지역이 하나의 행정체계로 합쳐진다는 것이다.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만났을 때 새로운 혁신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도시와 농촌의 결합은 새로운 지방농정 전략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우선 지역 먹거리 계획에서 통합 계획 수립 등 새로운 시도가 가능할 수 있다. 생산과 소비 공간이 대구와 경북으로 나뉜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 마련에 한계가 존재했다. 경북 농촌에서는 소비 수요가 부족하고, 대구 소비지에서는 농업 생산이 부족하다. 경북에서는 생산 정책에, 대구에서는 소비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어 농장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완결성 있는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었다. 가령 대구 로컬푸드 조직에서는 농업 생산과 관련한 도움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행정통합을 통해 생산 정책과 소비 정책을 서로 연계하면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먹거리 소비시장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방농정사업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이 나뉜 상황에선 경북이 대규모 소비시장인 대구를 대상으로 정책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행정이 하나로 통합된다면 협력의 수준을 넘어선 효과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소비지 연계 통합 마케팅, 도심지 먹거리 축제, 먹거리 공동체 육성, 안테나숍(시범점포) 운영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외에도 경북 농산물을 대구 공공급식에 활용하거나, 대구에 농촌 일손센터를 설치하는 등 도농상생의 이상적 모습에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광역 단위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또 실제로 행정통합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행정통합이 이뤄진다면 지방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인구 500만명 이상의 슈퍼 지자체는 새로운 권한을 바탕으로 기존과는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 규모의 경제, 선택과 집중을 주장한 만큼 중복사업을 조정하는 등 정책사업 재편에도 나서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농정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행정통합이 이뤄진다면 지방농정을 둘러싼 정책 여건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정책 목적과 수단 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정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채종현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