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지방소멸 대안으로 '메가시티' 부상

2021-05-06 12:01:01 게재

부·울·경 내년 4월 광역연합 출범

메가시티 조성 위한 제도적 기반

광주·전남, 대구·경북도 방향선회

부산·울산·경남이 추진 중인 메가시티 조성 계획에 속도가 붙었다.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더해져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슷한 시기 행정통합을 추진하려다 사실상 실패한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부울경 메가시티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자 이 방식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뒤늦게 메가시티 조성에 나선 충청권은 부울경 뒤쫓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정부, 지원단 구성 =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은 수도권 일극화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 상황에서 나온 지방의 생존전략 중 하나다. 지역에도 초광역 거점을 조성해 수도권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게 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초월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인구 자연감소(데드크로스)까지 시작되면서 마음이 다급해졌다.

우선 부울경은 다음 지방선거 전인 내년 4월쯤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울경 광역특별연합' 출범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메가시티 조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다. 이를 위해 이달 중 3개 시·도가 전담부서 '부울경 광역특별연합 합동추진단'도 구성하기로 했다. 추진단은 광역특별연합의 의회 구성과 집행기관장 선출, 각 지자체로부터 이관 받을 사무 선정 등을 협의한다.

3개 시·도의 초당적 협력도 메가시티 조성의 든든한 배경이다. 최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소속 정당이 다른 박형준 시장이 당선됐지만 메가시티 조성에는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시장과 연쇄회동을 갖기도 했다.

정부의 노골적인 지원사격은 메가시티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메가시티 조성 조건의 핵심인 1시간대 생활권을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철도·도로 조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메가시티 조성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꼽은 과제다. △부산(노포)~양산(웅상)~울산(KTX역) 노선 △부울경 순환선인 창원~김해(진영)~양산(물금·북정)~울산(KTX역) 노선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또 전 부처를 동원해 제도와 재정 지원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달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분권위원회·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가 참여하는 지원단을 구성했다. 지원단에는 두 명의 위원장과 각 부처 차관들이 직접 참여토록 했고, 각 부처 연구기관들도 전문가그룹으로 참여토록 했다. 앞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때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의 근거를 마련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부울경 광역특별연합 구성을 뒷받침하려는 의도였던 셈이다. 행안부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마디로 (부울경 메가시티가) 되게 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라고 해석했다.

◆대구·경북, 광주·전남도 '메가시티' = 부울경의 메가시티 조성 구상은 우선 지자체간 협의가 상대적으로 쉬운 경제공동체와 생활·문화공동체를 구성하고, 장기적으로 행정공동체까지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반면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최종 목표인 행정공동체, 즉 행정통합을 목표로 삼았다. 이런 차이가 결과적으로 실패의 원인이 됐다. 결국 대구·경북과 광주·전남도 부울경의 메가시티 구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광주·전남은 행정통합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부울경 모델로 가기로 했다. 우선 광주시와 전남도가 초광역사업 발굴을 위한 논의기구를 만들었다. 여기에 광주전남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논의기구에선 SOC와 산업분야 사업을 현재 발굴 중이다.

전북과는 RE300과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다. 호남 RE300은 호남권 에너지 수요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나머지 200%를 최대 에너지 수요처인 수도권 등에 공급하는 에너지경제 공동체 구축 프로젝트다. 여기서 나온 이익은 주민과 공유한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백신과 면역치료 중심 의료복합단지를 추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단지가 호남에 들어서면 기존에 있는 충청 및 대구경북 단지와 삼각축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명창환 전남도 기획조정실장은 "2~3개 초광역사업이 발굴되면 메가시티 조성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울경이 추진 중인 광역특별연합을 행정통합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교통 공항 항만 관광 등 특정 기능을 중심으로 특별자치단체를 만들고, 그 운영 성과를 토대로 종국에는 행정통합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추진위원장을 맡은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구·경북은 최종 지향점인 행정통합을 위한 중간단계로 특별자치단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청권 역시 메가시티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선도적인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을 주목하고 있다. 부울경이 이미 3년 전부터 메가시티 조성 논의를 시작했지만 충청권은 지난해 9월에서야 4개 시·도가 이에 합의하고 올해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7월 중간보고 이후 11월 최종안이 결정될 예정이다.

충청권상생협력기획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우리는 좀 늦은 편이라 부울경의 경험을 최대한 참고해 우리의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충청권 메가시티 기반 철도 대부분이 포함됐다"며 "일단 기반시설이 마련되는 만큼 차근차근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차염진 최세호 방국진 윤여운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