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간절함이 없었던 TK행정통합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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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8   |  발행일 2021-04-28 제26면   |  수정 2021-04-28 08:34
'코로나 면죄부' 성찰해야
신공항 때 열정 의지 실종
주도권 경쟁심리는 자멸
광주호남 협의땐 더 편해
통합 재추진땐 신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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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 경북본사 1부장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 시계가 한동안 멈추게 됐다. 다음 달 초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일단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추진 시점을 미룬다는 발표만 남았다. 시·도민 직접 소통을 가로막은 코로나19 사태, 지방정부 차원 추진의 한계, 정부 지원 유도 실패가 행정통합을 삐걱대게 한 주요인으로 거론된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의사결정과정이 종착역에 다다르자 '속도 조절론'을 외치며 지자체에 부담을 준 지역 정치권도 재를 뿌렸다. 좋게 표현하면 '숨 고르기'이지, 기약 없는 '보류'다.

양 지자체장은 행정통합을 포기하지 않고 중간 단계를 거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이른바 '코로나 면죄부'에 대한 성찰과 함께 절박함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간절하면 이뤄진다'는 믿음은 시장·도지사 그리고 일부 오피니언 리더에게만 가득했다. 바닥 민심까지 깊이 전달되지 않았다. 일선 공무원들조차 공감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지자체는 주민을 대상으로 속 시원하게 소통 한 번 해보지 않았다.

지난해 7~8월 통합신공항 이전지 결정과정에서 봤던 사생결단식 집요함과 결기(決起)는 실종됐다. 벼랑 끝에 내몰렸던 신공항 이전지 결정 절차를 극적으로 매조지하고, 그 자신감으로 도전한 게 행정통합이었다.

간절함이 결여된 원천을 찾아보면 치부가 드러난다. '한뿌리 상생 기조' 속에 가려진 주도권 선점 경쟁이다. 양 지자체는 협의 테이블에 앉으면 무속인처럼 서로 상대방의 생각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 여긴다. 심미안(審美眼)이라도 가진 것처럼. 이왕 같이 일을 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자기 쪽에 유리하게 끌고 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최근 두 지자체가 교육부 공모사업인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에 원팀으로 나섰을 때가 그랬다. 한쪽에서 누구는 숟가락만 얹으며 생색만 낸다고 눈에 쌍심지를 켰다. 작심하고 똘똘 뭉쳐도 사업 낙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말이다. 행정통합 추진시점이 늦춰지면서 대안 중 하나로 언급된 '대구경북교통공사' 설립안도 마찬가지다. 한쪽에선 사전협의 없이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했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역 숙원사업인 달빛내륙철도(대구~광주) 건설,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도 상호 관심도에 따라 기여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가 고착화되면 설사 협업노력이 열매를 맺어도 골칫거리다. 불협화음이 생길 여지가 다분해진다.

오죽하면 지역의 한 공무원은 "대구시와 경북도 직원들은 협의 차원에서 만나는 것을 많이 부담스러워한다. 차라리 광주·전남 공무원들과 소통하는 걸 편하게 여긴다"고 했다. 씁쓸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양 지자체 직원들은 신뢰 쌓기에 나서야 한다. 만나면 즐겁고, 일을 같이하고 싶은 의지가 용솟음쳐야 한다. 정책적 배려도 시도해볼 만하다. 대구경북 발전전략계획을 같이 수립하고, 사안별 역할분담을 명확히 정하는 게 좋다. 상생업무 직원들은 결과가 나빠도 면책권을 줘서 협업분위기를 만들어주자. 동상이몽(同床異夢)과는 손절할 때가 됐다. 같은 배를 탄 사람끼리는 서로 돕는다는 '동주상구(同舟相救)'란 말에 더 친숙해져야 한다. 행정통합에 대한 간절함은 그 정신적 틀 위에서만 반듯하고 속도감 있게 구현될 수 있다. 그토록 갈구해 온 폭발적 공감대 형성도 꿈같은 얘기는 아니다.
최수경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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