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경북 행정통합, 정치적 접근은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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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23   |  발행일 2021-03-23 제23면   |  수정 2021-03-23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 드라이브가 주춤해지고 있다. 대구경북의 두 광역단체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행정통합이 갑자기 후퇴하는 듯한 것은 지역민의 여론이 생각만큼 달아오르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정부와 정치권의 미온적인 반응도 한몫하고 있다. 설사 대구경북에서 행정통합 주민투표가 통과되더라도 정부와 국회의 승인과 통과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중앙정부의 기능 약화와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등의 복잡한 이해관계는 행정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원인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 때 곧바로 대구경북 통합단체장을 선출할 듯이 기세등등하던 흐름은 어디 가고 돌연 장기과제 운운하면서 한발 후퇴하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역에선 행정통합이라는 거대 어젠다를 놓고 너무 정치적인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행정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부산·울산·경남의 메가시티 구상과 호남의 행정통합 움직임도 지역의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시도가 너무 성급하게 진행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여기엔 두 광역단체장의 통합 필요성에 대한 절박한 인식과 정치이슈 선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충분한 여론 반영 없이 진행되는 행정통합 추진과정이 반작용을 부른 측면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후퇴 모드를 취하는 것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 내년 지방선거 때 두 광역단체장은 재선과 3선 도전 의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에서 행정통합 반대여론이 점증하는 상황은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경북 북부 등의 거센 반발도 선거 악재가 될 수 있다. 만에 하나 정치적 유불리를 이유로 행정통합의 속도 조절 명분을 찾는 것이라면 향후에도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국가와 지역의 백년대계인 행정통합이 성공하려면 진정성 있는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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